풍요 속의 빈곤' 롯데, 2015년 역시 고난은 진행형이다
롯데는 올 한해 개인의 성적만으로 본다면 풍요로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팀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들이 손에 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롯데는 3년 연속 가을잔치 진출에 실패했고, 11년 만에 8위로 추락했다.
8위라는 성적이 주는 느낌이 스산하다. 2000년대 초반 암흑기 시절 '전화번호 성적'에 가장 많이 찍혀 있던 숫자가 8이었다. 당시는 8개 구단 시절 최하위였던 8위이고 현재는 10구단 체제에서의 8위다. 최하위는 아니지만 암흑기를 연상시키는 순위까지 떨어지면서 롯데는 다시 한 번 암울한 현실에 처했다.
▲수많은 '가정'들이 현실이 된 롯데, 풍요로운 기록잔치
모든 팀들은 시즌 시작 전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들을 내세운다. 이 가정들이 모두 성립했을 때 팀 성적 역시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롯데는 그러한 가정들이 대부분 성립됐다. 목표를 초과달성 했다고 볼 수 있다.2013년과 2014년 부침을 겪었던 강민호는 다시 '공격형 포수'의 면모를 되찾았다. 지금껏 박경완만 2번 기록한 포수 30홈런(2000년 40개, 2004년 34개) 고지를 정복한 2번째 선수로 강민호가 이름을 올렸다. 타율 3할1푼1리 35홈런 86타점 OPS 1.060을 기록하며 완전 부활을 알렸다.황재균 역시 올해 장타력이 만개했다. 후반기 부진으로 타율은 2할9푼으로 내려앉았지만 26홈런 97타점은 모두 생애 최고 기록들이다.'커리어 하이'라는 단어에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단연 최준석이다. 최준석은 올해 전경기 출장에 타율 3할6리 31홈런 109타점으로 타율-홈런-타점에서 모두 최고의 기록을 남겼다. 5할2푼9리의 장타율과 4할2푼8리의 출루율 역시 커리어 하이. 다른 누군가가 슬럼프에 빠지고 부상에 신음해도 최준석만큼은 타선의 중심을 굳건히 지켰다.
외국인 선수 농사는 역대급 풍년이었다. 조쉬 린드블럼은 평균자책점 3.56과 13승11패라는 기록을 남겼다. 210이닝은 지난 2007년 두산 다니엘 리오스(234.2이닝)와 한화 류현진(211이닝) 이후 가장 많은 소화 이닝이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도 올해 179.1이닝을 던지며 11승9패 평균자책점 3.91이라는 호성적을 남겼다.짐 아두치는 롯데 선수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등 타율 3할1푼4리 28홈런 106타점 105득점 24도루로 호타준족의 외국인 타자로 이름을 남겼다.종합적으로 보면 롯데는 20홈런 이상 타자 이상 4명에 30홈런 타자 2명을 보유했고 외국인 원투펀치가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여기에 더하자면 내야 유틸리티로 성장통을 겪으며 한시즌을 보낸 내야수 오승택을 기존 선수진에 더했다. 아울러 장성우라는 포수 자원을 통해 박세웅, 이성민, 안중열, 조현우 등 투타에 젊은 선수들을 더해 점진적인 세대교체의 기틀을 놓았다.기존 선수들의 대활약과 신진급 선수들의 성장과 발굴. 더할나위 없이 롯데는 성적을 내기 위한 좋은 조건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롯데가 받아든 성적표는 8위에 불과했다.
▲소통의 '빈곤', 균열 생긴 신뢰관계
롯데는 지난해 유례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CCTV 불법사찰 파문으로 말미암은 선수단과 전임 사장 간의 반목이 극에 달했다. 팀을 이끌던 전임 김시진 감독은 유니폼을 벗고 야인이 됐다.그리고 이종운 감독이 붕괴된 팀 분위기 수습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이종운 감독은 선임 당시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서 "소통을 한다는 것이 곧 기본이다. 기본적인 원칙이 있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인데 서로 신뢰하지 못했다. 기본을 중시하며 원칙을 지키면 소통도 따라오고 원칙 속에서 소통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통의 부재가 지난해 말 터진 연이은 사건들의 핵심이라고 본 것.
하지만 롯데의 한 시즌을 돌이켜보면 소통의 부재는 여전히 지속됐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 사이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종운 감독이 말한 '소통=기본'이라는 명제가 지켜지지 않으면서 신뢰관계에 금이가기 시작했다.전반기 막판 터진 손아섭 부친상 사건이 대표적이 예다. 당시 한 칼럼니스트를 통해 손아섭의 부친상과 관련된 내용이 세간에 알려졌다. 이는 선수와 구단 코칭스태프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어난 오해였다. 이후 사태가 일단락 되긴 했지만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대두됐다.이종운 감독은 선수단과 직접적인 교감보다는 코칭스태프를 통하거나 언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들을 전했다. 이는 선수들을 보다 자극하기 위한 이종운 감독만의 방법이기도 했다.시즌 초반만 해도 언론을 통한 이종운 감독의 화법은 효과를 보기도 했다. 젊은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쪽에서는 어느정도 긍정적인 면을 봤다.하지만 성적이 뚝뚝 떨어지고 똑같은 상황들이 반복되자 선수단 사이에서도 볼멘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기도 했다. 곪아버린 상처가 조금씩 터지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경기 제외 통보를 받은 선수들은 서운함을 느꼈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특히 베테랑 투수진들에게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졌다.
▲소통 부재의 또다른 단면, 마운드의 불안
이종운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4~5선발 발굴에 집중했다. 이상화와 심수창이 초반 기대에 부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펜진에 대한 문제를 간과했다. 지난 2년간 많은 경기들을 책임진 핵심 불펜들이 구위 저하가 눈에 띄었다. 결국 마운드의 불안은 가속화됐다.여기에 소통의 부재는 마운드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시즌 초중반까지 롯데 불펜진은 특별한 보직 없이 무분별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선수들은 어떤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를지 혼란스러워했고 컨디션 조절에도 애를 먹으면서 불펜진의 난조를 자초했다.
특히 심수창의 사례는 선수 개인으로나 팀적으로나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시즌 초반 심수창은 구위가 살아나면서 선발진의 한 축으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불펜진의 난조에 롯데 벤치는 심수창을 팀 내에서 구위가 가장 좋다는 이유로 마무리 투수로 돌렸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심적인 부담을 느꼈다. 결국 전반기 막판부터 다시 선발로 돌아가기 위해 롱릴리프로 다시 돌아왔고 선발 투수로 나서기도 했지만 예전처럼 1,2군을 오가는 그저 그런 투수로 전락해버렸다.시즌 말미에 비로소 보직을 갖고 제대로 된 운영이 시작됐지만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리기엔 시간이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선발진에서도 소통과 신뢰는 지켜지지 않았다. 시즌 중반 선발 로테이션을 임의로 조정했다. 나름의 승부수로 외국인 투수들의 4일 휴식 로테이션을 빈번하게 활용했다. 하지만 결과가 따르지 않은 승부수는 자충수로 전락했다. 결국 4일 휴식 로테이션으로 인해 시즌 막판 린드블럼의 구위는 현저히 떨어지면서 정작 제대로 던져야 할 시기에 부진했다. 하위 선발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순리를 지키지 않았다. 혹독한 대가는 당연했다.
▲지난해 못지 않은 '시끄러운 비시즌'이 될 것인가
올해 역시 롯데는 지난해 못지않게 시끄러운 비시즌이 될 전망이다. 이미 시즌 중 롯데 그룹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이 세간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신동빈 회장이 그룹의 실권을 잡으면서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에 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팀의 성적은 좋지 않았고 여기에 그동안 한국 복귀를 수차례 희망했던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지난 5일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을 관전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다.투자를 천명한 그룹과 기존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부정적 평가, 그리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노피어' 정신으로 롯데 팬들에 화끈한 야구와 성적을 안겨준 로이스터 전 감독에 대한 향수가 결합됐다.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는 외부조건이다. 일단 로이스터 전 감독은 "롯데 구단과 이야기 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은 상황이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3년 계약에 사인한 이종운 감독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사령탑의 거취에 관한 설왕설래는 계속되고 있다.
롯데 역시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다른 구단들과 마찬가지로 마무리 캠프를 떠난다. 10월 말 대만 타이난에서 마무리 캠프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과연 롯데를 둘러싼 이런저런 소문들이 잠잠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롯데는 그 어느때보다 호기롭게 시작했고 개개인의 결과물은 풍족했다. 그러나 결과는 여전히 따르지 않았고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결국 2년 연속 롯데는 구단 안팎의 후폭풍 속에 놓여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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