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10 복귀, 그란데 인테르의 위대한 야망
인터 밀란(인테르)의 이번 시즌 목표는 6년 만의 스쿠데토(이탈리아 세리에 A 우승 방패) 탈환뿐이 아니다.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탑 텐에 복귀, '그란데 인테르(위대한 인터 밀란)'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거대한 청사진을 갖고 있다.단순 허언이 아니다. 인터 밀란은 지난해 11월 15일(이하 한국 시간)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약 6년 만에 다시 콜업했다. 터키 명문 갈라타사라이를 이끌고 2013-2014시즌 터키쉬 컵을 거머쥔 만치니 감독은 인테르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만치니 감독은 2005-2006시즌부터 인테르의 세리에 A 3연패를 이끈, '그란데 인테르'의 상징이었다. 2005-2006시즌에 일군 이탈리안 트레블(정규 리그, 코파 이탈리아, 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은 인테르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가장 빛나는 업적 중 하나였다. 인테르 최고의 순간에 서 있던 만치니 감독의 복귀는 그란데 인테르의 복선이나 다름 없었다.
인테르는 인도네시아 거부 에릭 토히르 구단주의 막대한 지원 하에 이상 실현을 위한 퍼즐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인테르가 여름 이적시장에 쏟아 부은 돈은 6,052만 파운드. 유벤투스(8,918만 파운드)와 AC 밀란(6,368만 파운드)엔 못 미치지만, AS 로마(3,049만 파운드)·나폴리(2,314만 파운드)·피오렌티나(약 2,069만 파운드) 등보다 두 배나 많은 거액이었다.실리 축구를 표방하는 만치니 감독답게 포 백부터 4선 중추에 걸쳐 단단한 리빌딩이 이뤄졌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디에고 고딘과 함께 철의 센터백 라인을 구축했던 브라질 국가대표팀 출신 센터백 미란다와 2015 코파 아메리카에서 콜롬비아 국가대표팀 센터백으로 활약한 제이손 무리요를 이적 시장 초반에 붙잡았다. 노쇠화한 우고 캄파냐로와 자유계약으로 풀려나는 펠리피와 마티아스 실베스트르의 이적 공백을 메워 센터를 더 단단히 다지기 위한 복안이었다.이와 더불어 좌우 풀백엔 다비데 산톤·알렉스 텔레스와 마르틴 몬토야를 영입해 옆구리를 보강했고, 포 백을 보호할 자원으로 펠리피 멜루와 제프리 콘도그비아 등 투쟁심과 활동량을 겸비한 중앙 미드필더를 낙점했다.
만치니의 여름 이적시장 영입의 특징은 자신의 철학을 아는 선수를 적극 공수했다는 점이다. 산톤은 인테르 유스로 프로 입성 첫 시즌에 정규 리그 우승, 다음 시즌에 더블을 경험했으며, 멜루와 텔레스는 만치니 감독이 갈라타사라이 시절 데리던 애제자였다.이 과정에서 인테르의 주전 포 백을 비롯해 최전방까지 이어지는 중앙의 뼈대가 거의 바뀌었다. 지난 시즌 인테르의 포 백 라인은 다닐로 담브리시오-안드레아 라노키아-네마냐 비디치-후안 제수스였다. 이번 시즌 인테르의 주력은 산톤-미란다-무리요-제수스다. 메델이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왔다 갔다 한다. 제수스 빼곤 다 바뀌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허리 역시 기존의 프레디 구아린과 마르셀로 브로조비치를 제외하고 거의 전부 바뀌었다. 브로조비치가 주전이 아님을 감안하면 허리를 구성하는 네 명의 미드필더 중 75%가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멜루나 메델을 홀딩 미드필더로 놓고 구아린과 콘도그비아를 좌우로 세우는 포진에 측면과 중앙이 가능한 이반 페리시치를 상황에 따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활용하는 식이다.
모험보다 안정을 택한 만치니 감독의 방식은 이번 시즌 세리에 A에서 꽤 잘 먹혀들고 있다. 인테르는 정규리그 5라운드까지 단 1실점을 했을 뿐이다. 물론 아탈란타·카르피·키에보 베로나·헬라스 베로나 등 약체와 경기가 대부분이었지만, 3라운드엔 AC 밀란 같은 만만찮은 팀도 있었다.6라운드까지 드러난 문제점은 최전방의 득점력이다. 매 경기 한 골이 한계로 굳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상대가 대부분 약팀이었음을 감안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스리 백을 가동한 6라운드 피오렌티나전에선 득점력과 수비력의 문제가 함께 터졌다. 물론 미란다가 전반 1분 만에 퇴장 당한 여파도 있지만, 이미 전반 23분까지 스코어는 0-3이었다. 이후에 외려 경기력이 나아졌다. 미란다의 이른 퇴장을 변명 삼기 힘든 이유다.사실 지난 시즌도 인테르의 스타트는 나쁘지 않았다. 개막전에서 토리노와 득점 없이 비겼지만, 2라운드에서 사수올로를 상대로 7-0 대승을 일궈냈다. 하지만 5라운드와 6라운드에서 각각 칼리아리와 피오렌티나에 1-4, 0-3 대패를 당하며 바이오리듬에 변화가 생겼다. 스리 백과 포 백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은 인테르는 주구장창 무와 패만 캐며 시즌을 8위로 마쳤다. 8위도 후반기 7경기 무패(4승 3무) 덕에 가까스로 거둔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만치니 감독 체제 하에 전반적으로 안정성이 높아진 느낌이다. 선수와 지도자 시절 숱한 우승을 경험한 만치니 감독은 흔한 말로 '이기는 법을 아는' 감독이다. 세리에 A의 생리에 대해 누구보다 빠삭하고, 컵 대회 운용법도 잘 안다. 토히르 구단주가 피오렌티나전 대패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걱정을 내비치지 않은 이유다. 토히르 구단주는 만치니 감독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인테르가 세계 탑 텐에 오르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한다. 인테르에서 함께 한 기간이 1년 남짓이라 아직 많은 걸 알진 못하지만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엔 적극적이다. 틈 날 때마다 전화 통화로 의견을 나누고, 출장으로 시차가 생기면 메시지를 통해 교류한다. 토히르 구단주는 만치니 감독이 개성 강한 캐릭터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 처리가 능숙하단 말도 빼놓지 않는다. 두 사람은 경기력에 대한 비판에 개의치 않고 결과를 추구하는 점도 비슷하다.
새로워진 인테르와 토히르 구단주의 꿈은 스쿠데토, 그 이상이다. 토히르 구단주는 최근 스카이 스포츠 이탈리아를 통해 "스쿠데토를 얘기하는 건 아직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목표가 더 있다. 세계 탑 텐에 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필요한 구체적 조건들도 제시했다. 전력의 상향평준화가 '그란데 인테르'의 선결 조건이다. 토히르 구단주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 복귀하려면 비슷한 레벨의 선수가 20명에서 22명 정도는 갖춰야 된다"라고 '그란데 인테르'의 조건을 제시했다.하지만 인테르의 UCL 복귀와 탑 텐 진입을 위해 필요한 건 역설적으로 스쿠데토 획득이다. 이는 말처럼 쉬운 목표가 아니다. 토히르 구단주 역시 세리에 A는 6~7개의 팀들이 각축하는 아주 힘든 리그이며, 그런 까닭에 리그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정상을 향한 믿음은 굳건하다. 앞서 언급했듯, 만치니 감독에 대한 토히르 구단주의 신뢰가 대단히 두텁다. "만치니는 인테르의 아이콘 중 하나다. 단지 상업적 성공을 위해 그를 지원하는 건 아니다. 구단주로서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토히르 구단주는 인테르의 리빌딩에 굉장한 흥미를 느끼고 있다. 지대한 관심이 결과로 이어졌던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처럼 말이다. 클럽의 성공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특히나 재벌의 관심은 과감한 투자와 결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우리의 철학은 최고의 정신력을 갖춘 최고의 인재들을 인테르에 불러들이는 것이다." 토히르 구단주는 인재를 불러 모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 1월 겨울이적시장에선 선수단의 양을 줄여 질을 높일 계획이다. 최대 인원인 25명을 최선의 엔트리로 꾸리기 위해 잉여의 선수들을 처분할 예정이다. 토히르 구단주는 인테르 최연소 주장(21세)인 마우로 이카르디처럼 개성 넘치고 전도유망한 선수들이 그란데 인테르 재건을 위한 주된 청사진이라 밝혔다. 6년의 침체와 설움의 역사를 지난 네라주리 군단이 이번 시즌을 통해 '그란데 인테르'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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